블록체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아이디어

블록체인. 다채로운 적용 가능성과 새로운 패러다임 전개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되는 영역. 담고 있는 철학의 깊이에 기술적 난해함이 더해져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만큼 설명의 방식도 매우 다양한 듯 하지만, 포괄적으로 설명해주는 내용은 부족한 듯 하다. 많은 책, 글, 그리고 관심 있는 지인들과의 생각 나눔을 통해 조금씩 안개가 걷히는 단계일까. 아직도 불투명한 부분이 많고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큰 그림에서 퍼블릭 블록체인의 미래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적어본다.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위한 ‘관점’ 측면에서 현황, enabler로서의 블록체인, Token Economy와 경제 생태계 선택에 관하여.

블록체인을 이해하기 위한 ‘관점’

1. 현황

현재 블록체인에 깊은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접하는 계층은 다양하겠지만, 대다수가 시대를 앞서 고민하며 나아가려는 사람들로 보인다. 이중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두드러지게 블록체인을 비즈니스에 접목하려는 시도들이 많다(ICO를 통한 자금조달에 관한 논의는 별도로 하더라도). 그런데 블록체인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변화 양상에 초점을 두고 지금의 현상들을 관찰할수록 현재 블록체인의 발전 단계가 여전히 ‘초기’라는 사실은 인정하고 시작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비트코인’의 경우 심각한 변동성으로 인해 실제 ‘화폐’로서의 기능에 한계점이 지적되기도 하고, 2세대 블록체인으로 스마트 컨트렉트를 제시한 ‘이더리움’도 여전히 발전하며 업그레이드 중이다. 그나마 비교적 대중적으로 활성화된 서비스인 스팀조차도 콘텐츠 영역에서 큰 그림을 그리며 스팀잇이라는 한 가지 서비스를 출시하였지만, 그 진화 역시 진행 중이다. 그리고 각각의 블록체인에서 풀어야 할 기술적인 문제들도 여전히 많이 존재하며 ICO를 하거나 개발되고 제안되는 수많은 퍼블릭 블록체인들은 거의 다 아이디어나 개념 수준이다. 

2. 기술은 enabler, 새로운 차원의 enabler 블록체인

과거로부터 ‘기술’은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단적으로 우리가 지금 흔히 이용하는 인터넷 역시 군사 기술로 시작하여 계속 발달을 거듭하다 비즈니스적으로 활용된 서비스를 일반인들이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확산되었다. 기술은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지만, 실제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그 기술이 비즈니스에 ‘활용’ 되어 사람들에게 퍼져가는 순간부터이다. 따라서 ‘기술’은 그 자체 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무언가를 ‘가능하게 하는’ enabler로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기술이지만 새로운 차원의 enabler로 보인다. 동시에 블록체인이 어려운 이유는 그 안에 비즈니스와 경제, 기술, 철학 등 다양한 영역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정 중앙 집권적 기관을 배제하고 참여자 모두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개인 주권의 철학, 이를 가능하게 하는 IT 기술, 이를 활용하여 이익실현을 도모하려는 비즈니스적인 요소 등은 점차 문제 해결의 방식, 참여자들에 대한 기여와 보상체계를 모두 포함한다. 과거처럼 특정 한 영역, 특히 비즈니스를 가능케하는 것뿐 아니라 훨씬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enabler인 것이다. 

3. 합의 알고리즘과 Token Economy

개별 퍼블릭 블록체인 서비스들은 이러한 enabler를 활용하여 저마다 달성하려는 목적이 있다. 데이터의 소유권을 개인에게 돌려주겠다는 목적,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중앙집권적 통제자 없이 활성화하겠다는 목적, 해외 송금을 쉽게 하겠다는 목적 등이 그 예시이다. 그리고 그 목적들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전체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하는 Rule이 있다. 

이 Rule에는 블록의 생성과 검증 및 그 생태계의 유지에 기여하는 참여자들에 대한 보상을 정하는 규칙으로서의 합의 알고리즘, 블록을 안전하게 생성하고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암호학의 원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참가자들에 대한 인센티브의 부여 방법에 관한 합의 알고리즘 설계와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 내지는 접근권 및 토큰/코인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통화량 조절 방식 등이 또한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설계된 Rule에 찬성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은 해당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 생태계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다.

4. 그 결과 우리가 속할 다양한 경제 생태계

이는 설계된 Rule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경제 생태계가 Token Economy의 형태로 새롭게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부터 기존 경제시스템 속에서 구현되던 비즈니스와는 다른 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지금까지의 비즈니스는 각국 또는 국가 간 정한 경제원칙의 틀, 즉 법이 정한 경제 생태계 안에서 작동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리고 후천적으로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개인은 각 경제활동을 규율하는 생태계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국적 글로벌 비즈니스의 경우에도 생산과 소비가 결과적으로 각국이 발행한 법정화폐에 종속된다는 점에서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블록체인이 활성화되는 시대에는 기존과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게 된다. 각 블록체인 서비스가 지향하는 목적과 방법에 따라 국가가 정한 Rule이 아닌 새로운 Rule이 존재하는 경제 생태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Token Economy가 개별 블록체인 별로 형성되며, 개인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는 시점에 해당 Rule에 동의함으로써 개별 경제 생태계 참여가 가능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물리적으로 속해있는 국가를 전제로 한 경제 생태계와도 여전히 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 경제 생태계에서의 활동을 통해 획득한 토큰/코인 등을 현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국가 내 경제 생태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접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리고 현재는 이 역할을 거래소가 하고 있다. 

경제 생태계의 선택권,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기서 눈여겨볼 사항은 각 개인이 개별 경제 생태계의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생활의 Rule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를 전제로 한 생산, 교환, 분배 그리고 재화 및 서비스의 소비와 관련된 인간의 모든 경제활동에 관한 기존 개념을 흔들 수 있는 것이다.

경제라는 것은 재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인간 행위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 행위는 특정 국가의 법률, 통화정책 등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한국에 사는 나는 원화로 월급을 받고 그 돈을 활용해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며 경제적인 삶을 영위해나간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다.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역할은 스팀에서,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은 다른 블록체인에서 하면서 각각 돈을 벌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해당 경제 생태계에서 인정하는 생산과 교환의 가치를 기존과 다르게 독립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근간이 마련되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를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주어진 경제시스템 내에서만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뛰어넘어 경제 생태계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의 관점을 포함한 형태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국가나 지역적 한계를 넘어 ‘특정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 중심의 생태계 구성이 가능하고,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비즈니스의 형태가 가속화될 것이다.

참여하고 이용하는 고객들도 달라질 것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제환경에서는 투자자, 생산자, 소비자 등의 구분이 명확했으나, 플랫폼 비즈니스와 SNS 등이 발달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자가 소비자 내지는 마케터를 오가는 연결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블록체인 경제가 활성화되는 시대에는 한 단계 더 진화하여 투자자가 곧 소비자와 생산자의 역할을 겸하게 됨으로써  경제주체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사람들의 행동 양태도 달라질 것이다. 국가에 속하여 경제활동이 가능한 국민으로서의 정체성 외에 다양한 경제 생태계에 속하는 새로운 정체성이 더해지고 점차 부각될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가치가 인정되는 다양한 생산과 소비활동을 이끌어낼 것이며, 본인에게 적합하고 합리적으로 설계된 다양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Rule을 이해하고 Rule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도 다양해질 것이다. 물리적,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가치의 평가 방식도, 투자의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기존 국가 경제권 내에서 평가된 개별 ‘기업’의 가치(주식 등)가 아닌, 각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의 가치를 포괄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Rule을 제시하는가 역시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적어도 기존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하던 네트워크 효과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며,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식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미래를 기대하며

이것이 지금까지의 여러 생각 끝에 도달한 블록체인과 우리가 접하게 될 미래이다. 물론 이것 또한 하나의 관점이겠지만, 큰 그림에서 이와 같은 접근법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투자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 있어 유의미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블록체인 기술상의 문제점들도, 기술의 발전이 곧 문제 해결의 과정과 그 맥을 같이 한다는 생각과 함께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 미래는 빨리 가시화되지 않을까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이 과정을 공부하고 설계하며 기술적인 큰 고민 없이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활용할 수 있는 그날이 곧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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